러시아제 125mm 견인 대전차포 스프룻(Sprut). 기본적으로 전차에 달린 125mm 활강포를 견인포로 바꾼 것이다.
러시아제 125mm 견인 대전차포 스프룻(Sprut). 기본적으로 전차에 달린 125mm 활강포를 견인포로 바꾼 것이다.

 

우크라이나전에서 어쩌면 신기록이 될지도 모를 기록이 나왔다. 전차가 적 전차를 10km밖에서 명중시켰다는 것이다. (동영상 링크)

우크라이나군의 전차가 125mm 포를 사격, 10,600m밖에 있는 러시아군 전차를 명중시켜 파괴한 것이다.

“아니 10km밖을 어떻게 125mm포로 맞춰?” 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불가능한건 아니다. 직사로는 조준 자체가 안되는 거리지만, 곡사를 통한 간접사격이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전차포도 결국은 포고, 거기서 나가는 포탄 역시 결국은 곡사로 나간다. 다만 탄속이 매우 빠른 편에 속하기 때문에 탄도가 휘는 정도가 상당히 덜할 뿐이다. 

“그래도 전차가 곡사를 쏘는게 말이 되냐? 그럼 다른 전차들은 왜 지금까지 곡사 안했는데?” 하실지도 모르겠는데, 실은 안 한게 아니다. 덜 했을 뿐이지.

실제로 미군도 105mm 전차포 시대까지는 곡사 사격을 위한 고폭탄용 사표가 마련은 되어 있었다고 하며, M60계열까지는 사통장치에도 일단 곡사를 위한 배려가 어느 정도는 있었다고 한다. 다만 그걸 실제로 쓸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잊혀진 것에 가깝다.

미군이 전차 주포를 곡사로 운용한 실제 사례도 있다. 바로 6.25다. 6.25 중반 이후 전선이 진지전 양상이 되면서 전차도 기동전 수단이 아니라 화력지원 플랫폼이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전차포를 이용한 곡사 간접사격도 드물지 않게 벌어졌던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별도의 포병이나 공군등 원거리 화력지원 수단이 존재하고, 기계화 부대 자체적으로도 박격포등의 곡사 지원수단이 있기 때문에 전차가 굳이 곡사를 써야 할 이유는 없다. 미군의 경우 120mm 활강포 등장부터는 아예 전차포를 통한 곡사 간접사격은 생각을 안 하고 있다(애당초 그럴 때 요긴한 일반 고폭탄 자체가 없다). 이는 강선포에 비해 활강포가 상대적으로 원거리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6.25 당시 곡사에 의한 원거리 화력지원을 실시중인 미군의 전차들. 포의 사각이 충분히 안 나오니 아예 전차 자체의 각도를 위로 들어올렸다.

 

러시아제 125mm 활강포용 고폭탄(HE-FRAG)
러시아제 125mm 활강포용 고폭탄(HE-FRAG)

 

다만 러시아는 125mm 활강포에도 일반 고폭탄을 구비하고 있고, 또 이 포를 기반으로 한 견인포가 있기 때문인지 고폭탄에 대한 곡사 사격시의 사표를 유지하고 있다. 전차에서 직접 곡사를 안해도 견인 대전차포가 유사시 곡사포 대용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3VOF36 고폭탄의 경우 22도 사각에서 12.1km의 사거리가 나오고 14도 사각에서 10km의 사거리가 나온다고 한다. 사실 탄속만 생각하면 그 이상의 사거리도 사각에 따라 얼마든지 나오겠지만, 정확도가 이 거리 이상에서도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그래도 10km이상의 사거리라면 105mm나 122mm 곡사포와 비견될 수준이니, 필요하면 아쉬운대로 일종의 대안 포병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우크라이나군 전차가 러시아군 전차를 10km넘는 거리에서 격파한 것은 맞지만, 이게 ‘전차전’으로 기록될지는 애매하다. 엄밀하게 따지면 ‘표적이 전차였을 뿐'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전차는 작전중이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인지 버려진 상태였고, 우크라이나군은 이걸 적이 회수하지 못하게 파괴하려다 보니 전차포에서 곡사로 사격했던 것이다. 또 드론을 통해 포격을 지속적으로 유도해야 했고, 그러고도 20발 정도를 쏘고 나서야 파괴에 성공했다. 러시아 전차가 정상적으로 작전하는 상황이었으면 어려운 이야기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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